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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칼럼 | 그룹웨어 유감(有感)

2024.04.01 정철환  |  CIO KR
기업 내부에 구축되어 있는 ERP, CRM, MES, SCM등 다양한 정보시스템 중에서 가장 사용자가 많고 사용률이 높은 시스템은 무엇일까? 칼럼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 주인공은 그룹웨어다. 그렇다면 그룹웨어라는 용어는 누가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용어사전에 따르면 1988년에 ‘그룹웨어’라는 로버트 요한센의 저서가 출판되면서부터 널리 보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에 그룹웨어가 소개되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이다. 그러니 현재 기준으로 보면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시스템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그룹웨어를 사용한다. 그룹 회장님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 자신의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출근하면 로그인하고 퇴근할 때 로그아웃 한다. 그룹웨어의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게시판, 메일, 메신저, 일정관리, 커뮤니티 등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전자결재라고 할 수 있다.

전자결재는 그룹웨어의 도입 목적이자 3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고유의 개념을 훼손하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되는 기업의 업무 의사결정 방식이다. 모든 기업의 의사결정은 전자결재 문서의 상신으로 시작되어 결재, 합의, 협조, 수신, 참조, 회람 등의 다양한 단계를 거쳐 최종 완결되면 종결된다. 그리고 완결된 문서는 기업의 문서 보존기간 원칙에 따라 최소10년이상 시스템에 보관되며 조직이나 인력의 변동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이러한 그룹웨어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사무 업무 수행 형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소셜 네트워크 및 온라인 협업 환경의 발전에 따라 메일과 메신저 중심의 의사소통에서 확장되어 업무에 따른 독립된 협업 환경을 구축하고 참여자들 사이에서 일정 및 태스크 관리와 결과물 공유 등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미래 IT 시스템 중심이 되어가는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의 막강한 기능을 접목하여 사무직의 업무 생산성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업무 수행환경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협업 도구가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따라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국내에서도 다양한 협업 솔루션들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조만간 전통적인 개념의 그룹웨어 중심 업무 수행환경에서 보다 업무 높은 업무 생산성과 효율을 얻을 수 있는 협업 환경 중심으로 빠르게 이전할 것으로 자연스럽게 예상된다.

그런데 대기업의 현실은 여전이 기존의 그룹웨어 특히 전통적인 올인원 스타일의 그룹웨어 패키지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결재, 메일, 게시판, 메신저, 일정관리 등의 기능을 하나의 그룹웨어 패키지에 담아 공급하는 솔루션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왜 기업들은 사무직 근로자의 업무 생산성을 한단계 향상할 수 있는 협업환경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않는 것일까?

바로 전자결재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정형화된 양식 기반의 결재문서 및 결재/합의/협조/수신/참조/회람 등의 다양한 승인 개념을 가진 결재시스템은 어쩌면 대한민국에만 있는 고유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예를 들면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사용하고 있는 외국 기업의 경우 워크스페이스에서 제공하는 기능 만으로 모든 기업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의 경우 전자결재 기능이 없어 그룹웨어를 대체할 수 없다.

전자결재의 목적은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완료된 의사결정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은 메일과 문서관리 및 일부 워크플로우 기능 등으로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글로벌 감사 및 회계 기준 등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전자결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하면 왜 우리나라는 유독 전자결재 시스템이 의사결정을 위한 중심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 의사결정 단계,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직위, 의사결정에 따른 역할과 책임 등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기존의 전자결재 체계가 가지는 문제점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너무 많은 단계의 승인을 거치면서 지연되는 의사결정, 굳이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단계의 존재, 의사결정권자가 승인을 지연함에 따른 비효율 등 많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고 경영자가 중심이 되어 무조건 3단계 결재만 하게 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승인되게 하는 등의 극단적인 조치를 시도한 경우들도 있었다.

하지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은 1990년대의 그룹웨어에서 제공하는 전자결재 시스템과 거의 유사한 시스템을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슈로 여전히 올인원 패키지 형태의 그룹웨어 솔루션이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중반 그룹에 소속된 임직원으로 그룹웨어를 처음 접한 경험과 지금 사용하고 있는 그룹웨어를 비교해 보면 가장 큰 변화는 메신저이다. 메신저의 등장 이후 사무실은 매우 조용해졌다. 메신저 이전의 사무실은 여기저기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통화 소리로 늘 시끌시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신저가 처음 등장한 시기가 1990년대 말이니 벌써 25년전의 일이다.

이젠 오래된 그룹웨어 중심 업무 수행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성형 인공지능의 막강한 능력을 사무직 업무 환경에 도입하지 않는다면 미래 업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기존의 조직체계와 승인 체계도 이러한 미래 변화에 대응하여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결재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조만간 미래 사무직 업무 수행 환경을 위한 차세대 업무 수행 인프라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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