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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개발자·디자이너·기획자 협업 문화, ‘툴’로 바꾼다” 유키 야마시타 피그마 CPO

2023.10.24 이지현  |  CIO KR
피그마(Figma)는 높은 대중성을 가진 서비스가 아니다. 일반인은 물론 IT 업계를 잘 아는 사람에게도 피그마는 생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16일 피그마가 한국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는 200명의 디자인 분야 ‘리더급’ 인사가 찾아왔다. 장소 제약 때문에 200명만 참석한 것이고, 3주가 채 안 되는 모집 기간 동안 800명이 넘는 디자인 분야 기업 리더 및 임원급 참여자가 이 행사에 참가를 신청했다고 한다. 

행사의 핵심 연사는 피그마의 최고 제품 관리자(Chief Product Officer, CPO) 유키 야마시타(Yuhki Yamashita)였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우버를 거쳐 4년 전 피그마에 합류한 인물이다. 야마시타는 “한국은 기술 역량이 훌륭한 나라이며 이미 피그마에 대한 커뮤니티가 탄탄히 형성된 곳이다. 한국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알아보고 피그마를 개선하기 위해 방한했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야마시타 CPO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협업이 이뤄지는 분야라는 앞으로 피그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높은 관심을 부른 피그마의 기술과 철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피그마와 단군소프트가 한국에서 16일 공동 주최한 디자인 리더 밋업 행사 ⓒ 단군소프트


제2의 구글? ··· ‘웹 중심’ 전략으로 협업 툴 시장 속 우위를 점하다
피그마는 인터페이스(UX) 디자인용 협업 웹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이다. 거대한 캔버스처럼 생긴 피그마 서비스는 줌인-줌아웃 통해 디자인 결과물을 쉽게 볼 수 있게 돕는다. 자신의 업무가 디자인과 관련됐거나 혹은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업무를 맡았다면, 이미 피그마를 써봤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프로토타입 툴이나 UX 툴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어도비 XD나 스케치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후발주자였던 피그마의 2017년 기준 점유율은 10%에 불과했지만 2021년 그 수치는 70%로 늘어났다. 디자인 업계의 핵심 툴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 넷플릭스, 에어비앤비는 물론 국내 기업인 당근, 지마켓도 피그마 고객사이다. 

피그마의 성장 배경에는 ‘웹’이 있다. 업무 중 디자인 파일이 공유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보통 JPG나 PNG 파일이나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한 포토샵, 일러스트 파일을 주고받는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그런 파일의 수정 사항을 제안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그림판 또는 파워포인트 등에 그림을 가져오고 특정 영역을 가리키며 고쳐 달라고 할 수 있다. 피그마의 서비스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피그마 파일은 웹 브라우저만 누구나 열 수 있다. 따라서 각 구성 요소를 클릭하고 크기, 위치, 색깔 등을 표시하고 수정 사항을 댓글로 남길 수 있다. 

이런 기술적 구조는 디자이너 더불어 디자인과 협업하는 모든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명확하지 않은 지침 대신 ‘여기 영역에서 색깔이 밝았으면 좋겠다’라든가 ‘이곳 글자가 너무 작다’라는 같은 구체적인 의견을 ‘비 디자이너’가 제안할 수 있다. 
 
피그마 서비스 예시 ⓒ 피그마

‘웹’ 중심 철학은 수정 과정을 거쳐 계속 업데이트되는 디자인 파일 관리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최종1.jpg’, ‘최종_최종1.jpg’ 같이 새 버전 파일을 계속 만들 필요 없이 웹상에서 바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결과물은 늘 최신 상태로 유지된다. 변경 사항은 자동 저장되고 추적되기 때문에 이전 버전 확인도 용이하다. 또한 피드백 공유나 변경 사항 저장도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협업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야마시타는 “피그마 설립자 딜런 필드(Dylan Field)는 커뮤니티를 탄탄하게 만들어 성장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피그마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고객을 늘려왔다. 지금도 그런 전략은 계속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디자인 결과물을 누구나 쉽게 빠르게 볼 수 있게 만든다’라는 이 간단한 개념이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들을 사로잡은 셈이다.

피그마는 개방성 그리고 웹 중심 철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글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기업이다. 야마시타 스스로 구글 독스에 비유해 피그마의 서비스를 설명했다. 구글 독스를 중심으로 한 문서 공유 및 피드백 문화가 업무 협업 방식을 바꾼 것처럼 피그마도 똑같은 작업을 디자인 업계에서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디자인 업계에서 ‘개방성’은 그리 인기 있는 철학이 아니었다. 디자이너 자체도 혼자 일하고 뒤에서 누가 자신의 디자인 작업물을 보는 것도 싫어했다. 거기다 디자인 프로그램은 설치하는데도 배우는 데도 오래 걸린다. 디자인 프로그램이 가진 특유의 기술 장벽이 개방성에 제약을 가져다준 것이다. 결국 피그마는 개방성을 앞세워 디자인 업계 문화를 바꾸려 했고 실제 사용자가 여기에 호응해 지금의 성과를 이뤘다고 본다. 그 외에 피그마 설립 당시 성장하던 웹GL(웹상에서 2D 및 3D 그래픽을 렌더링하기 위한 로우 레벨 자바스크립트)이라는 기술이 피그마의 서비스를 구체화하는 도움이 되었다.”

디자인 업계 새로운 바람을 이끌던 피그마와 관련해서 2022년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인수가는 200억 달러. 우리 돈 약 28조 원이다.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약 277억 달러(약 36조 원), 마이크로소프트가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약 30조 원)에 인수한 것을 비교하면 피그마가 어떤 수준의 가치를 가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인수로 피그마 설립자 딜런 필드는 30세 나이에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서로 경쟁 서비스를 내놓고 있던 상황에서 인수 후 피그마의 개방성 중심 철학이 어도비 철학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야마시타는 “오히려 시너지가 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일단 피그마 어도비가 아직 서로 독립된 기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현재 미국 및 유럽 당국은 피그마 인수 건이 반독점 법률 위반 혐의가 없는지 검토 중이다). 두 회사는 어떻게 협업할지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도비의 30~40년간의 디자인 전문성과 피그마의 웹 기반 협력 플랫폼이 합쳐지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예전 방식대로 일하는 창작 업계를 위해 두 기업이 새로운 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피그마의 다음 전략은 AI 기능 및 개발자 도구
디자인은 생성형 AI 기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달리(DALL-E)2,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같은 AI 이미지 생성 기술이 나오는 덕에 이미지 제작이 더 쉬워지고 있다. AI에 대한 거부감 나아가 공포감이 늘어나는 현재 시점에서 오랜 디자이너 경력을 가진 야마시타는 미래를 어떻게 예상할까? 그는 AI가 경력 디자이너에게는 ‘창의성의 천장’을 높여주고 신입 디자이너에게는 ‘기회의 문턱’을 낮춰줄 것이라고 표현했다. 

“디자이너는 앞으로 디자인에 필요한 초기 아이디어를 AI에게 요청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른 버전의 디자인을 여러 개 만들고 어떤 결과물이 더욱 영감을 줄지 검토할 수 있다. 모두가 글을 쓴다고 모두가 다 작가가 될 수 없다. 비슷하게 AI로 더 많은 사람이 디자인 업계에 들어올 수 있지만 동시에 디자이너의 역할을 계속 필요할 것이다.”
 
유키 야마시타 피그마 최고 제품 관리자(Chief Product Officer, CPO) ⓒ  단군소프트

피그마 내부에서도 직접 AI 기능 개발에 한창이다. 야마시타는 “현재 피그마가 집중하는 AI 기술은 어도비의 파이어플라이(Firefly)보단 깃허브 코파일럿(Copliot)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결과물을 개발자가 쉽게 코드로 변환할 수 있도록 관련 AI 기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AI 외에도 피그마는 개발자를 위한 기능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최근 출시된 ‘데브 모드(Dev Mode)’라는 기능은 웹 개발 도구처럼 HTML 및 CSS 코드를 바로 피그마에서 조정할 수 있다. 피그마의 디자인을 비주얼 스튜디오, 지라, 깃허브 같은 개발자 툴과 연동하기 쉽게 만들기도 했다. 

올해 7월 한국의 총판사 단군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이유도 비슷한 결이다. 단군소프트는 깃허브, 젯브레인같은 개발 및 데브옵스 협업 도구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개발 조직이 잘 갖춰진 곳에 결국 디자인 조직도 잘 마련돼 있다고 보고 개발자 도구 중심 총판사와 협업해 관련 고객을 더욱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피그마 사용자 비율에서 디자이너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개발자, 기획자, 연구원으로 구성된 비 디자이너다.

”피그마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제품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게 돕는 기술이다.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의 관계를 더 빠르게 통합시켜 최종 제품으로 가기까지 가는 주기를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jihyun_lee@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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